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60일 동안 개방된다는 소식에 인플레이션 부담이 낮아지고, 인텔과 애플의 반도체 생산 협력 소식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15포인트(0.14%) 상승한 5만1564.70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80.48포인트(1.08%) 오른 7500.5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6.27포인트(1.91%) 뛴 2만6517.9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를 견인한 것은 인텔과 애플의 협력 소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령은 오전 중 트루스소셜을 통해 "애플이 미국 내에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기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가 의존하는 기술은 미국에서 발명됐다. 우리 모두 '인텔 인사이드'를 기억한다"며 미국에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두 번째 임기를 쟁취했을 때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점은 명백했다"며 "우리가 모든 것을 설계하지만 이제 여기서 그것을 생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텔은 9% 이상 급등하며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엔비디아 2.95%, 마이크론 8.70%, 애플 0.70%, TSMC 6.94% 등 주요 반도체주 일제히 뛰었다. 웰스 얼라이언스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콘조는 "인공지능 인프라와AI가 다양한 경쟁 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기업 간 협력에 대한 전망이 더욱 밝아지고 있다"며 "애플과 인텔의 협력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였다"고 분석했다. 전일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매파적 기조를 강하게 드러냈다. 시장은 개장 직후 혼조세를 보였으나,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와 효력 발휘가 앞당겨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옅어졌다. 미국이 이란 해상에 대한 역 봉쇄를 종료한다고 밝히고, 호르무즈 해협이 후속 협상 60일 동안 무료로 전면 개방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석유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고,JD밴스 부통령도 이란이 주요 에너지 수송로 중 하나인 에베레스트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며 에너지 공급 불안을 잠재웠다. 분석가들은 이번 합의가 성사될 경우 에너지 비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BMO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링겐은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 재개 진전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며 "에너지 비용 하락은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고 장기 국채 수익률의 의미 있는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20% 떨어진 배럴당 76.64달러에 마쳤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0.18% 하락한 배럴당 79.41달러를 기록했다. 포렉스닷컴(Forex.com)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에너지 비용 하락세가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지속해서 반영된다면Fed는 금리 인상 대신 장기간 동결할 근거가 생긴다고CNBC에 전했다. 그는 "향후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 인해Fed는 추가적인 긴축 조치를 시행하기보다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란은행은 최근 유가 하락이 "고무적"이라고 밝히며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다. 그러나 9명의 정책위원 중 2명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즉각적인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매의 발톱' 드러낸 美 워시…한은 내달 인상 유력
2026.06.19. 이데일리
연내 금리인하→ 인상으로 급선회한 연준…내려가던 환율도 방향 바꿔 환율 다시 1520원대로…달러 강세에 맥 못추는 원화 가치 한은 7월 금리인상 전망 속 美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변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했다. 미 경제의 견조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한 금리 인상 전망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하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이 최근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준까지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매파적인FOMC결과...“환율 1400원대 하락 지연”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일대비 13.7오른 1527.1원을 기록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재개 등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오르며 지난 11일(1528.9원) 이후 일주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미 금리 차는 1.25%포인트로 유지됐지만, 연준이 점도표(금리 전망치) 등을 통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동반 상승하면서 환율을 올렸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는 통상 환율 상승 및 자금 유출 리스크를 자극한다.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열린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다만, 함께 공개된 점도표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지난 3월 3.4%에서 3.8%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는 현재 금리 상단(3.75%)보다 높은 수준으로, 연내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나타낸다. 지난 3월만 해도 위원 다수가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정책 방향이 180도 뒤집혔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강한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와 고용시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다.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 이후 미 국채 금리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상승폭을 확대했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100을 돌파했으며 아시아장에서 100.3대를 기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FOMC의 매파적 결과로 환율 1400원대 복귀 시점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방향성 자체는 여전히 하향 안정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물가 둔화가 확인될 경우 환율은 하반기 중 점진적인 하락 흐름을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통화정책 경로 불확실성 ‘변수’
연준의 매파적인 동결 결정은 금리 인상이 임박한 한은의 정책 결정에 한층 힘을 실어줄 전망이지만, ‘워시 체제’에서 연준의 변화는 미 통화정책 경로의 예측 가능성을 다소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시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소통을 최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연준의 점도표가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한은의 금리 인상 경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봤다.
사장에서는 한은이 사실상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제 상황은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 등 어느 갈래를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선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강한 긴축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한은은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에 지급된 대규모 성과급(특별급여)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례적인 수준의 성과급이 최소 내년까지 지급되면서 여타 부문의 임금 인상 요구로 확산될 경우, 수요와 비용 양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2차 파급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까지 치솟으며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반도체에 쏠린 온기… 9천피 잔칫날, 천스닥은 파랗게 질렸다
2026.06.19. 서울신문
반도체 호실적 전망에 1만피 낙관 코스피 종목별 양극화는 더 뚜렷 널뛰는 ‘롤러코스피’ 변동성 숙제 힘 못 쓰는 코스닥 1000선도 위태 외국인 순매수에도 환율 1520원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00선을 돌파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마감했다. 홍윤기 기자 코스피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도 ‘구천피(코스피+9000)’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시장은 마냥 축제 분위기만은 아니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사이 코스닥은 1000선 안팎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고, 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 실적 개선과 이익 전망 상향을 근거로 중장기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109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 종목이 791개로 압도적이었다.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도 3종목뿐이었다. 지수가 하루 만에 3% 가까이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코스피 시장 안에서도 대형주는 2.69% 오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3.69%, 2.05% 빠지며 양극화가 도드라졌다.
기간을 넓혀 봐도 마찬가지다.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한 뒤 9000선까지 넘어선 지난 5월 26일~6월 18일까지 종목별 등락률을 살펴봤을 때, 상승 종목은 120개였는데 하락한 종목이 797개로 6배 이상 더 많았다. 사실상 소수 종목에 최근 상승세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특히 코스닥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날에도 전 거래일 대비 31.03포인트(-3.01%) 빠진 1000.9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96.93까지 내려 1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달 들어 지난 8~11일 4거래일 연속 종가가 ‘천스닥(코스닥+1000)’을 밑돌았다.
높은 변동성도 숙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총 26번 발동하는 등 ‘롤러코스피’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스닥까지 합하면 횟수가 총 40번으로 늘어난다. 사이드카는 지수가 급등락할 경우 향후 5분간 프로그램매매 매수·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조치다.
다만 증권가는 코스피가 중장기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다. 반도체 전망이 높아지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코스피 연말 상단을 1만 1500포인트로 높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상승 속도에 대한 우려로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상승 방향 자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시장금리가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이익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될 여지도 있어 지수 전망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거센 순매수세에도 전 거래일 대비 13.7원 오른 1527.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 1528.1원까지 올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전인 지난 11일 이후 5거래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삼전닉스로!” 개미마저 탈출… 1000선 겨우 턱걸이한 코스닥
2026.06.19. 국민일
연준 매파 기조에 성장주 직격탄 승강제 등 경쟁력 제고 효과 의문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축배를 든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3% 급락하며 1000선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가 오르면 오를수록 코스닥 시장은 하락하는 국면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를 밝히면서 금리에 취약한 바이오와 이차전지 등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는 평가다. 18일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1.03포인트(3.01%) 하락한 1000.93에 거래를 마쳤다. 2%대 상승한 코스피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두 시장 간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다. 코스닥은 오후 1시40분 지수 996.03을 터치하며 1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이 아니면 시가총액 상위종목인데도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는 상승에, 코스닥은 하락에 동시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받고 있다. 코덱스(KODEX) 200롱 코스닥150숏선물은 이날 6.64% 상승했다.
코스닥은 바이오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이달 초 반등하기도 했으나 코스피 대비 실적 성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점차 소외되는 분위기다.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0.94%)은 물론 에코프로비엠(-4.28%) 에코프로(-4.32%) 레인보우로보틱스(-1.60%) 주성엔지니어링(-3.41%) 등 상위종목이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다. 그런데 이달 오히려 개인이 1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우며 시장을 떠나고 있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 수혜를 누리기 위해 코스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기관은 7000억원, 외국인은 3000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승강제로 대표되는 코스닥 경쟁력 제고 방안이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승강제가 과거 유망기업을 선정해 투자자 홍보를 지원했던 ‘코스닥 라이징 스타’ 제도와 큰 차별점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외국인은 코스닥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코스피140% vs. 정기예금 0.3%” 은행서 돈 빠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2026.06.18. 헤럴드경제
코스피지수 9000 돌파 기점 자금이동 새물결 가계 정기예금 5조 줄 때 투자자예탁금 14조 증가 예금 만기 시 재예치하던 70대 고객도 자금 빼 ‘안정성 자금’ 가계 예금 이탈, 은행권엔 리스크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장중 9000포인트를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KB국민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서상혁·유혜림 기자]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면서 은행에서 증시로 자금이 대거 움직이는 머니무브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천피’ 돌파 기점 이후 머니무브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물결’로 재편될 전망이다. 과거 코로나 불장 시 주가 상승기에도 꾸준히 가계 정기예금이 늘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은행 정기예금을 대거 해지하고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자금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안전자산 비중을 대폭 줄이고, 수익성 중심의 위험자산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적금의 든든한 고객층이었던 시니어 금융 소비자마저 만기가 되자마자 증시로 자금을 옮기는 현상도 나타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머니무브 물결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계 정기예금 5조 줄 때 투자자예탁금 14조 증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455조6857억원에서 지난 16일 기준 431조771억원으로 약 24조6000억원 감소했다. 가계 정기예금은 지난해 9월 말 458조78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 말 438조9068억원, 올해 3월 말 436조2861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줄어든 잔액은 5조원이 넘는다.
코스피 불장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너도나도 정기예금을 해약하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에 자금을 묶어두기보다 주식 투자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한국거래소 데이터마켓플래이스에 따르면 주식시장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은 지난해 6월 말부터 올 4월 말까지 140.39% 상승했다. 그런 반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6월말 연 2.73%에서 올 4월말 3.04%로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은행권 정기예금이 감소하는 동안 주식 대기자금은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해 6월말 68조9724억원에서 지난 16일 124조5516억원으로 약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3개월 새 늘어난 금액은 14조원 이상이다.
머니무브의 신호는 예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2025년 우리나라 연금저축 투자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연금저축 적립금 가운데 펀드 비중은 30.9%로 전년보다 8.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운데 주식시장 등에 투자하는 투자중개형 ISA 잔액은 약 45조원으로, 은행권 신탁형 ISA 잔액 15조7000억원의 약 3배에 달했다. 은행 대출을 활용한 이른바 ‘빚투’ 열기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5월 말 103조3145억원에서 1년 만에 106조5153억원으로 증가했다. 마이너스 통장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예금 만기 재예치 70대 고객도 자금 빼
최근 금융권에 나타나고 있는 머니무브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가계 예금이 꾸준히 늘었던 과거와 다르게, 지난 1년 동안 머니무브는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성을 향해 일방적으로 자금이 빠져 나가는 양상이다. 단적인 예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로금리 수준이 유지됐던 2021년이다. 당시 빚투 열풍으로 코스피 지수는 2800대에서 한 때 3200선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말 기준 가계 예수금(정기예금·요구불예금)은 742조4257억원에서 그해 6월말 757조1402억원, 연말 787조7506억원으로 늘었다. 1년 사이 45조3249억원 증가했다. 이중 정기예금은 16조5018억원 증가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5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가계 예수금은 5조379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가계 정기예금은 오히려 8874억원 감소했다. 코스피 지수가 단 기간 3배 이상 치솟는 ‘역대급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과거와 다르게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치가 과거보다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돈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좇는 성질이 있는데, 지금처럼 수익까지 꾸준히 뒷받침되는 상황에선 안전 자산보단 리스크를 감당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창구에서는 예·적금 해지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다. 5대 은행의 올 1월부터 5월까지 개인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총 256만 93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만43건 증가했다.
최근에는 60대 이상 고령층 투자자들까지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말 기준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중 60대 이상 비중은 21.3%에서 2025년말 22.8%로 늘었다. 모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통상 70대 이상 노인 고객들은 정기예금 만기가 다가오더라도 그 자리에서 재예치를 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고객들도 정해진 예치 기간이 끝나면 곧장 자금을 빼고 있다”며 “최근 모 70대 고객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ETF에 어떻게 가입하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머니무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직접 체감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이 충분히 쌓이게 되면 그 다음은 투자가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과거와 다르게 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전한 만큼, 머니무브가 디폴트 현상이 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성 자금’ 가계 예금 이탈, 은행권엔 리스크
은행과 금융당국 역시 변화하는 자금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 예금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결제성 자금인 만큼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 예금은 장기간 은행에 머무르는 안정적인 자금으로 분류된다. 5대 은행의 기업 정기예금은 가계 정기예금과 다르게 지난해 6월말 476조2485억원에서 12월말 500조3795억원, 지난 16일 519조810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계 예금 감소가 지속될 경우 은행권의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의 경우 잉여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기 때문에 ‘묶여 있는 돈’으로 인식되는 반면, 기업의 경우 일시적인 자금 성격이 강하다”며 “과거에 비해서는 은행들의 상황이 다소 곤란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기업 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향후 은행들의 자금 조달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1500원대…서학개미가 '주범'일까
2026.06.19. 데일리안
자본연 분석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환율 상승에 서학개미 기여도 높아 1500원 돌파한 올해 영향력은 '미미' 대형IPO계기 영향력 확대 가능성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데일리안 = 강현태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불씨를 댕긴 '서학개미 책임론'의 유효성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 서학개미 열풍이 환율 상승을 견인한 측면이 있지만, 올해 들어선 다른 변수가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은 최근 발표한'2026년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과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올해 1분기, 올해 4월 이후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서로 달랐다고 분석했다.
자본연은 ▲글로벌(달러화 지수) 요인 ▲고유(국내 수급) 요인 ▲지역(아시아 통화) 요인 등으로 나눠 환율 상승 원인을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 '주범'으로 지목했던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서학개미 영향력이 실제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해 11월 환율 급등 국면에서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한 이후로는 '주범' 지위에서 물러났다. 자본연은 "8~11월 중 고유 요인의 확대는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급증과 시점·방향이 일치한다"며 "원화 약세 압력의 상당 부분이 국내 자본유출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은 최근 발표한'2026년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과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올해 1분기, 올해 4월 이후 환율 상승 주요 원인이 달랐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주목할 대목은 환율 우상향 흐름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자본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글로벌 요인이 환율 상승을 주도했다. 미국·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충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4월 들어선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사실상 중립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환율 고공행진은 꺾이지 않았다. 자본연은 "환율 상승 압력의 대부분이 고유 요인에서 발생했다"며 "2025년 하반기와 달리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는 크게 둔화된 반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에 따른 자본유출이 새로운 원화 약세 경로로 부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례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에만 국내 주식을 약 42조원가량 팔아치웠다. 자본연은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진 6월부터는 글로벌 요인과 고유 요인이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동시에 작용했다"며 "5월의 국내 수급 충격에 글로벌 달러 강세가 가세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500원 돌파'로 요약되는 올해 상반기 환율 흐름과 관련해 서학개미 책임론은 힘을 잃은 셈이다. 다만 대형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서학개미 변수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역대 최대 규모IPO였던 스페이스X 상장이 이뤄진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서학개미들은 스페이스X 주식 약 11억4280만 달러(약 1조7422억원)를 순매수했다. 자본연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대형 해외IPO등을 계기로 해외투자 수요가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며 "상반기 중 둔화됐던 해외주식 투자가 하반기 들어 다시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빅테크 메모리전쟁 ‘한국 K자 양극화’ 심화시켰다
2026.06.19. 한겨레
반도체발 ‘격차사회’① : 반도체 쏠림 장기화 대비해야
반도체 호황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축복’이다. 하지만 그 성취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인텔·애플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 수정과 인공지능(AI) 투자가 맞물린 외생 변수로 촉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슈퍼사이클이 3~4년 주기로 반복되던 기존 수요 곡선과 달리 기조적 흐름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반도체발 이익 쏠림이 장기화되면 산업 구조와 임금·소득, 자본·자산 등 영역에서 한국 사회의 다중격차가 심화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발 양극화의 전개 양상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최근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은 서울에서 약 9천㎞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인텔 본사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그해 하반기가 되자 중앙처리장치(CPU) 칩 증산에 나서며 ‘승부수’를 띄웠다. 모바일이 급성장한 가운데 회사 핵심 기반인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용 시피유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고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공식 조달망과 별개로, 시피유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는 물밑에서 사전 물량 교감을 거치는 것이 업계의 숨은 관행이다. 그러나 이를 건너뛰고 사람의 뇌 구실을 하는 시피유가 시장에 대거 쏟아져나오자, 이와 짝을 이루는 메모리 수요까지 빨아들였다. 시피유가 연산을 담당한다면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만큼, 시피유가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도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낳은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에 더해, 거대 테크 기업의 공격적 경영 판단이 맞물려 빚어진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기세가 거세다. 최대 수혜 기업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620조원(이하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에 이른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값은 약 830조원으로, 추경 기준 올해 정부의 총지출(753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엔 미국 애플도 한몫했다. 애플 관리자들은 자체 공장 없이 스마트폰·태블릿 등을 위탁 생산하면서도 한번도 납품 차질을 빚은 적 없는 ‘공급망 관리의 왕’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영향으로 당시 메모리 수급 불안 조짐이 일자, 전세계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직한 애플 출신들이 즉각 재고 확충에 나섰다”고 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 배경이다. 반도체 호황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축복’이다. 하지만 그 성취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경제 전반의 ‘반도체 쏠림’이 장기화하면 국내 산업은 물론 기업·노동자 간 격차가 확대되고, 불균형과 양극화도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반도체 초호황으로 국가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소수 기업에 이익이 집중돼 빈부 격차 확대로까지 이어진다면, 산업 생태계 다양성이 약화되고 경제 전반의 불균형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화를 심화시킬 ‘반도체 독주 체제’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빅테크들의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신규 반도체 공장이 속속 들어서 메모리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게 되더라도, 인공지능 혁신을 떠받치는 인프라 투자 붐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과거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혁명의 투자 확대 추세도 10년가량 지속된 바 있다. 격차 완화를 위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메모리 시장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표들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올해 연간 디(D)램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량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1842만장으로, 생산 증가폭은 전년(7.4%)에 견줘 축소됐다. 앞선 업황 급락으로 실적 악화를 겪은 기업들이 그동안 신규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반면 빅테크들의 투자 수요는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메모리 기업들의 몸값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가 이달 펴낸 보고서를 보면, 구글(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오라클 등 주요 5개사의 연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액은 지난해 3810억달러(572조원)에서 내년에는 1조900억달러(163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피(JP)모건은 디램의 경우 2028년까지, 낸드플래시는 적어도 올해까지 공급 부족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서 찾아올 반도체 슈퍼사이클 둔화가 곧 메모리 기업들의 불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 마틴 인공지능 거버넌스 이니셔티브가 지난 2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은 2033년까지 독일 경제 규모와 맞먹는 4조8천억달러(7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역시 단기적인 이익 둔화는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붐에 따른 수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인공지능연구원 연구교수는 “피지컬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인공지능 산업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며 관련 투자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권남훈 원장은 “반도체 초호황 장기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에서 나오는 이윤이 경제 구석구석에 잘 흘러들어갈 수 있게 정부·산업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응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분 싸움에 묻힌 11조 승부수…美가 고려아연을 주목하는 이유
2026.06.19. 한경비즈니스
[비즈니스 포커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3년 차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관심은 지분율과 의결권 공방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계가 고려아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다르다.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단순한 비철금속 제련 기업을 넘어 전략광물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슈에 가려졌지만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 가운데 하나다. 아연·연·은 생산량에서 글로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의 가치 역시 단순 제련업체 관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공급망의 빈칸, 고려아연이 들어갔다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정책의 핵심은 중국 의존도 축소다. 광물을 채굴하는 것만으로는 공급망 독립이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병목은 정·제련 단계에서 발생한다.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광물 가공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 기업의 정·제련 역량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발표한 배터리 공급망 안보 보고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넘어 드론, 로봇, 무인잠수정 등에 활용되는 배터리를 대표적인 ‘이중용도(Dual-use)’ 기술로 규정했다. 공급망 경쟁이 산업 문제를 넘어 안보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지만 핵심광물 정·제련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비중국권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정·제련 역량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이 미국 공급망 전략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사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비중국권 제련 역량을 갖춘 협력 기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미국 행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사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인허가와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1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리드 블랙모어 글로벌에너지센터 디렉터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왜 미국은 고려아연을 필요로 하나. 그래픽=송주연 기자
프로젝트 크루서블, 공장 아닌 공급망 투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주목받고 있다. 총투자 규모는 74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단순한 해외 공장 건설 사업이 아니다. 미국 내에서 광물 확보부터 정·제련,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현지 밸류체인 구축이 목표다.
고려아연은 올해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인 니어스타USA(NyrstarUSA) 인수를 확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사업 주체인 크루서블 징크(CrucibleZinc)를 출범시켰다. 가동이 중단됐던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부지와 인근 광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미국 내 생산거점 구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의 의미를 단순 생산능력 확대보다 공급망 확보 측면에서 해석한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특정 금속의 수입선이 아니라 중국을 거치지 않는 독립적인 생산체계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과거 기술력 한계로 처리하지 못했던 잔여 부산물(PondCake)에서 게르마늄, 갈륨,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회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완공 시 연간 110만 톤 규모의 원료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품목 가운데 11개가 미국 정부 지정 핵심광물에 해당한다. 프로젝트는 2027년 착공을 거쳐 2029년 아연·연 공정을 순차적으로 완공하고 2030년 1분기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성될 경우 북미 지역에서 전략광물 생산과 정·제련이 가능한 통합 거점이 구축되는 셈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 참여 배경을 공급망 안정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편중된 핵심광물 공급에 따른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며 “동맹국 중심의 신뢰도 높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프로젝트 크루서블 발표 당시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딜’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자금조달 구조. 그래픽=송주연 기자
11조 투자지만 본사 부담은 7.8%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투자 구조를 들여다보면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투자비 74억달러 가운데 직접 지분 출자액은 5억8500만달러 수준이다. 전체 투자비의 약 7.8%에 해당한다. 나머지 자금은 미국 정부와 현지 전략적 투자자, 금융권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조달된다. 고려아연은 올해 초 주주 서한을 통해 “재무적 부담은 미국 정부 및 투자자와 분담하면서도 프로젝트 운영과 기술 측면에서는 주도권을 유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업 리스크는 낮추고 운영 권한은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GS에너지 해외투자전략실장 출신인 조정호 부사장을 프로젝트 크루서블 사업부 자금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미국 현지 금융 조달과 투자 집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해외 투자와 금융 구조화 경험을 바탕으로 연방정부 정책 자금과 민간 투자 유치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4월 1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안티모니 출하장. 사진=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뒤 가려진 재평가 포인트
기존 사업의 수익성 역시 안정적인 편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기술 경쟁력과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회수율 증대 등 기술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기존 제련 경쟁력을 높여왔다”며 “핵심광물 수요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지난해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720억원, 영업이익 74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4%, 영업이익은 175.2%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금·은 등 귀금속 가격 강세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 통제 강화에 따른 공급 우려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단순 제련업체 관점에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속 가격과 업황이 기업가치를 결정했다면 현재는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경영권 분쟁이 단기 변수라면 미국 공급망 재편은 구조적 변수다. 시장이 고려아연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부터 인듐, 안티모니, 비스무스 등을 회수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수록 비중국권 정·제련 역량을 확보한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평 한달새 2억 뛰었다…‘집값 상승률 1위’ 동탄, 규제 초읽기
2026.06.19. 중앙일보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값이 이번 주 2% 넘게 치솟았다. 경기 지역 평균(0.21%)의 10배를 웃도는 상승 속도다. 반도체 호황에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수)가 가능한 비규제지역이란 점이 집값을 끌어올렸다.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6월 셋째 주(15일 기준) 경기도 동탄구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2.22%를 기록했다. 전주(1.98%)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지난 2월 화성시에서 4개 구(동탄·만세·효행·병점)로 분구된 후 최고 상승률이다. 주간 기준 2%를 넘었던 건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10건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이다. 동탄구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9.57%에 이른다. 안양시 동안구(9.3%)를 제치고 전국 1위로 뛰어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초고액 성과급 발표 이후 동탄구에 매수세가 대거 몰렸다. 비규제지역으로 갭투자가 가능한 점도 수요를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22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지난달 19억~20억원대에서 한 달여 만에 2억원 넘게 급등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동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의 출퇴근이 용이한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으로 상승 폭이 더 큰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지역별 주택매매·전세 가격 전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동탄 아파트를 팔고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에 성남 분당구(0.49%), 용인 수지구(0.44%), 수원 영통구(0.34%) 등 집값도 강세다. 10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용인 기흥(0.31%), 화성 병점(0.45%) 등도 들썩이고 있다. 남 연구원은 “동탄 집값이 너무 올라 주변 지역으로도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탄구 집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이 지역을 조만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할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 초과할 경우 조정대상지역, 1.5배를 초과할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동탄구는 이런 정량 요건을 이미 충족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량지표뿐 아니라 집값 상승세의 지속성, 주변 지역 확산 가능성 등 정성지표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공급·수요대책을 다음 달께 발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때 함께 발표하거나 더 앞당겨 지정할 수도 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진다. 신용대출이 1억원 넘게 있으면 1년간 이 지역에서 주택 구입이 불가능해진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매기는(중과) 등 대출·세제·전매·청약 제한이 강화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생겨 갭투자를 할 수 없다. 한편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주(0.27%)와 같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0.3%로 전주(0.32%) 대비 소폭 둔화했다. 다만 성동구(0.53%), 송파구(0.5%), 성북구(0.43%), 노원구(0.42%) 등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가 오르고 있다.
흑백요리사·왕사남 성공도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 못 막았다
2026.06.18. 미디어오늘
JTBC206억 채무 불이행 여파, 중앙그룹 덮쳐 콘텐츠·광고 불황에 영화 시장 침체로 메가박스 직격탄 주요 콘텐츠IP는SLL로 넘어가… 중앙일보에선 매각 논의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JTBC사옥. ⓒ연합뉴스
"'돌려막기'에 실패하면서 문제가 커졌다."(JTBC관계자 A씨) "북중미 월드컵 취재 인력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JTBC관계자 B씨)
JTBC채무 불이행으로 시작된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 파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JTBC를 포함한 5개 회사가 연쇄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워크아웃을 추진한 중앙일보 내부에선 매각 논의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광고 시장 불황이 찾아오면서 위기가 가속화됐고, 콘텐츠IP마저SLL중앙에 넘어가면서JTBC의 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도 사측은 중앙일보·JTBC구성원들에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를 비판하는 노동조합 성명까지 나왔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2026년 6월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JTBC채무불이행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 중앙일보도 매각 논의
지난 12일JTBC가 채무 206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중앙그룹 내 위기가 불거졌다.JTBC의 채무불이행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자JTBC·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가 무더기 기업회생절차(법원이 지정한 주체가 기업활동을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를 신청한 것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나서 "회사 각각의 본연의 업무는 중단 없이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JTBC법인카드가 중단되고 복지포인트도 소멸되는 등 구성원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JTBC의 기업 신용등급은 최저 수준인 D등급으로 하락했다.
중앙일보 역시 위기에 처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후 6시경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중앙일보 역시 워크아웃(기업과 금융기관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제도)된다'는 소식을 알렸다.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는 언론에 "중앙일보는 그룹의 모태로서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콘텐트 발행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언론의 공적 책무를 중단 없이 수행하기 위해 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지난 16일 중앙일보 대표이사·논설위원 등 회사 고위직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앙일보가 다른 계열사 등에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중앙일보엠앤피와 중앙일보에스 등에 2250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섰다. 박 대표이사가 언론에 "중앙일보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와는 경영적으로 분리된 독립 법인"이라고 밝힌 만큼, 이 자리에서 중앙일보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와 매각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고 한다.
파장은 중앙그룹 외부로도 확산됐다.JTBC채권을 구매한 개인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변제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채권은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아 상황에 따라 원금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JTBC·중앙그룹을 믿고 투자를 한 개인투자자들은 중앙그룹이 회생절차 신청을 4개월 앞두고 회사채를 판매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그룹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한 금융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약 1조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그룹은 지난달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JTBC 사옥과 일산 스튜디오 매각을 추진했지만, 사옥에 대한 대출잔액이 3800억 원에 달해 실제 가져갈 수 있는 현금은 2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 2026년 1월16일 서울 용산구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피파 월드컵 북중미 2026 트로피 투어에서 참석자들이 대표팀 응원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두리, 차범근, 이영표, 구자철. ⓒ연합뉴스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 법인카드 끊겼다
JTBC내부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성원들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면서 불안을 겪고 있다.JTBC관계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불안감이나 답답함이 크다. 사전에 설명도 없이 갑자기 법인카드가 중지되고, 복지포인트도 사라졌다"며 "물론 회사도 상황이 급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겠지만 사전에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JTBC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된다면 채권단이나 법원의 결정이 중요해진다. 단순히 '우리를 팔겠는가'라고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JTBC에서 적자가 지속된 게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돌려막기'에 실패하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일보·JTBC노동조합도 지난 18일 노보를 발행해 이번 사태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전했다. 북중미 월드컵 출장을 나간 조합원 B씨는 "법인카드가 중지된 상황에서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숙박비·식비 등은 오롯이 내 돈을 써야 한다. 회사는 '성공적인 월드컵 중계'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는데, 정작 취재 인력은 자칫하면 길거리에 나앉아 중계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조합원 C씨는 "회사가 설명 책임을 깡그리 무시하고 '상황이 이러니 이해하라'는 식으로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부담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라고 지적했으며, 조합원 D씨는 "당장 이번 달 월급은 나오는지,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지, 고용 안정 장치가 있는지도 모르니 불안감이 증폭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JTBC노동조합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노동자들은 생계와 일터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임금과 퇴직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되는지, 일자리와 근로조건은 지켜지는지,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여건은 유지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그룹의 최고경영자와 각 사 경영진은 현 상황이 비롯된 데 대한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실질적인 자구책과 정상화 방안을 우선 마련하라.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미디어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안혜나 기자.
돈 먹는 하마 된JTBC의 '고품질 콘텐츠'
이번 사태는 지난 12일JTBC의 채무불이행에서 촉발됐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일각에선JTBC가 월드컵·올림픽 중계권을 비싸게 확보해 위기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지만, 중계권은 분할 납부 구조다.JTBC만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수익화를 중심으로 한 중앙그룹의 전략 실패와 시장 변화, 그리고 계열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결과다.
우선 중앙그룹의 기업 형태가 방송콘텐츠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중앙그룹은 고품질 콘텐츠를 통한 성장을 추진했다. 이에JTBC는 출범 초기부터 막대한 콘텐츠 투자를 진행했다. 다른 종편이 자극적 시사 토크쇼를 중심으로 방송을 꾸려갈 때,JTBC는 '빠담빠담' 등 고품질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부부의 세계', '재벌집 막내아들', '최강야구' 등 후속 작품도 지상파 콘텐츠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JTBC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투입한 콘텐츠 투자금액은 3조124억 원으로TV조선(1조8566억 원)·채널A(1조5711억 원)·MBN(1조5395억 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1689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흑백요리사'도SLL중앙 산하 레이블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콘텐츠 시장과 방송광고 시장이 호황을 이뤘다면 중앙그룹의 전략이 성공했을 수 있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 상승세를 그리던 방송광고·콘텐츠 시장은 2023년부터 위축되기 시작했다. 방송광고는 전년 대비 18.5% 감소했으며 시장은OTT중심으로 재편됐다. 고품질 콘텐츠가 수익화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흑백요리사, 왕과사는남자 포스터.
이 시기 영화산업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메가박스중앙 역시 위기를 가중시키는 데 한몫했다. 영화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메가박스중앙에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메가박스중앙은 이어지는 영업적자로 그룹사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했으며, 지난 4일 기준 메가박스중앙의 중앙그룹 차입금은 2080억 원에 달한다.
중앙그룹의 특이한 기업구조도 주목할 지점이다. 중앙그룹의 지배구조는 중앙홀딩스를 정점에 둔 피라미드 구조다. 중앙홀딩스가 중앙일보·JTBC와 중앙일보 인쇄를 담당하는 중앙피앤아이 지배권을 갖고, 중앙피앤아이가 콘텐트리중앙을 통해 메가박스중앙·SLL중앙 등을 지배하는 형태다. 사주는 중앙홀딩스를 통해 중앙그룹 내 계열사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형태다.
중앙그룹의 핵심은 코스닥에 상장된 콘텐트리중앙과 계열사SLL중앙이다.SLL중앙은JTBC에서 방송되는 주요 콘텐츠IP를 소유해왔다.JTBC는 2022년 '아는 형님' 등 핵심IP279개를SLL중앙에 433억 원에 매각했으며, 결국 '스카이 캐슬'·'이태원 클라쓰' 등 인기 드라마와 '냉장고를 부탁해' 등 핵심 프로그램IP수익은SLL중앙으로 돌아갔다.JTBC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둬도 광고수입을 제외한 나머지 부가수입은SLL중앙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JTBC가 소유한SLL중앙 지분은 2.84%에 불과하며,SLL중앙은 회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중앙그룹이 추진한SLL중앙 매각이 실패했고,SLL중앙 상장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앙그룹은SLL중앙을 상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에 총 4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했는데, 상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그룹은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SLL중앙 매각을 시도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그룹 재무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됐지만 홍정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광고 시장이 약 20% 감소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JTBC가 손익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레귤러 슬롯을 구축했고, 방송 5사 가운데 유일하게 광고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청사진만 제시했다.JTBC구성원 E씨는 노보를 통해 "광고 수익으로 연명하고, 계열사 콘텐츠를 비싼 값에 계속 사오며 적자가 누적됐다. 조직에서 제일 '가성비' 좋게 일했던 취재기자들이 경영상 손실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겪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