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이란 전쟁 종전 협상 타결이 임박하고 호르무즈 해협 다시 열릴 것이란 기대감에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2.60포인트(0.36%) 오른 50,644.2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24포인트(0.02%) 오른 7,520.3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55포인트(0.07%) 오른 26,674.73에 각각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약세를 보이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만회하고 강보합으로 상승 전환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상승으로 모두 종가 기준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시에 최고치를 경신해 마감한 것은 지난해 10월 28일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당초 전망보다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올해 연말S&P500 지수 목표치를 7,600에서 8,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날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마이크론은 이날 3.64% 상승해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엔비디아(-1.05%), AMD(-1.66%), 인텔(-1.42%) 등 다른 주요 반도체 종목은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종은 최근 강한 랠리 이후 숨 고르기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반면 소비재·헬스케어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프록터앤드갬블이 3.17% 올랐고, 홈디포(2.35%), 나이키(2.31%), 유나이티드헬스(1.90%) 등이 이날 상승을 주도했다. 클라크 캐피털 매니지먼트 그룹의 숀 클라크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이처럼 큰 폭의 랠리 이후 잠시 숨 고르기가 나오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인공지능(AI) 관련 테마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이 랠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장은 28일 발표될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PCE가격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물가 지표다. 국제 유가는 이란 국영매체가 종전 협상안 초안을 보도하면서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급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5.3% 하락한 배럴당 94.29달러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5.6% 내린 배럴당 88.68달러에 각각 마감했다.WTI선물 종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두배 삼전·닉스 나온 날, 불 붙은 코스피…장중 또 사상 최고치
2026.05.27. 머니투데이
코스피 지수가 연일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1.19포인트(2.25%) 오른 8228.70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39포인트(3.36%) 내린 1133.13에 거래를 마쳤다./사진=뉴스1
코스피가 장중 8457.0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에 탄력받으면서 장 초반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는 4거래일만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81.19포인트(2.25%) 오른 8228.70으로 정규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194.61포인트(2.42%) 오른 8242.12로 출발한 뒤 하루종일 강세를 이어갔다. 장중에는 8457.09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집했다. 장 마감 기준 기관은 4435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개인은 174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119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 중에선 금융투자사의 '사자'(1조4338억원 매수 우위) 행보가 눈에 띠었다. 이날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의 레버리지ETF가 처음으로 상장되면서 수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코스피 산업별로는IT서비스가 6%대, 전기·전자 4%대, 제조 2%대 각각 상승했다. 건설 6%대, 의료·정밀기기 5%대, 금속, 일반서비스, 화학, 기계·장비, 비금속, 증권 등은 3%대 각각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에서 반도체 투톱이자 시총 1·2위에 올라있는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9%대, 2%대 상승했다. 두 회사는 이날 나란히 52주 신고가(삼성전자 32만3000원, SK하이닉스 235만8000원)를 경신했다. 이어SK스퀘어 8%대, 현대모비스 4%대 각각 뛰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39.39포인트(3.36%) 내린 1133.13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28포인트(0.11%) 오른 1173.80으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약세로 전환했다. 이 시각 현재 코스닥은 개인이 715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1538억원, 5375억원어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 업종별로는 2%대 오른 일반서비스와 강보합을 보인 제약을 제외하고 모든 산업이 약세를 나타냈다. 금속은 6%대, 비금속, 기계·장비, 의료·정밀기기, 화학 등은 5%대, 건설,IT서비스, 제조, 종이·목재, 전기·전자 등은 4%대 각각 내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에서는 펩트론은 6%대, 알테오젠 5%대, 리가켐바이오 4%대 등 각각 올랐다. 이에 반해 리노공업은 7%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이오테크닉스 5%대, 삼천당제약 3%대 등 각각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1원 내린 1501.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1코스피지수가 27일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상승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간밤 미국에서 메모리반도체 종목이 상승하면서 뉴욕증시 훈풍이 국내 증시로 이어졌고 이날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하면서 기관들의 수급이 몰렸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상장된 첫날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총 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9.31% 오른 224만3000원으로 정규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1598조5914억원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약 1조650억달러로 지난 6일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81.19포인트(2.25%) 오른 8228.70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8457.09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팔천피'를 달성한 지 하루 만에 장중 84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이날 장 초반엔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방향 사이드카(호가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울린 것은 19번째, 매수방향 사이드카는 10번째로 변동성 장세가 계속된다. 간밤 마이크론이 전거래일 대비 19.3% 폭등하면서 반도체주 중심의 뉴욕증시 상승이 국내로 이어진 모습이다. 코스피 시장에선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집했다. 장마감 기준 기관이 4435억원어치를, 개인이 174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119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 중에선 금융투자사의 '사자'(1조4338억원 매수우위) 행보가 주목됐다. 이날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레버리지ETF가 상장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여타 종목까지 온기가 계속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여전히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부담을 안고 있다. 강대승SK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에서 유동성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잘되는 산업인 반도체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공지능 설비투자(CAPEX)업체들이 끌고 갈 것으로 보이는데 변동성이 심한 요즘 장세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 ‘파업 리스크’ 탈출… 성과급 격차 ‘내부 리스크’ 남아
2026.05.28. 국민일보
6개월 만에 임금협약 최종 서명 잠정합의안 73.7% 압도적 찬성 가전·스마트폰 부문 반발 확산 회사도 노조도 ‘DX달래기’ 나서
여명구(왼쪽)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피플팀장(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7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약에 최종 서명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까지 거론되던 ‘총파업 리스크’를 털어냈다. 지난해 12월 본교섭 개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수억원대 성과급이 예고된 반도체(DS) 부문의 압도적 찬성 속에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최대 100배에 달하는 부문 간 성과급 격차가 노노(勞勞) 갈등을 키우면서 ‘원팀 삼성’의 결속력을 회복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는 27일 경기도 용인 ‘더 유니버스’에서 노조 공동교섭단과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노사 협상에 사측 대표로 나섰던 여명구 부사장은 “이번 타결을 계기로 노사가 한마음이 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노조와 임직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교섭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장기간 대화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산정 방식과 제도화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충돌했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지난 21일이 임박할수록 반도체 생산라인 중단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양측은 파업 돌입 시점 97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어 22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전체 투표율 95.5%, 찬성률 73.7%로 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노사 합의안에 담긴DS중심의 성과급 구조는 새로운 갈등 지점이 되고 있다. 신설된 ‘DS특별경영성과급’에 따라 호황기를 맞은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가전·스마트폰 담당 완제품(DX) 부문 직원은 약 600만원 수준의 자사주 보상에 그쳐 내부 반발이 거세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투표 결과에서도 사업부 간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DS부문이 다수인 초기업노조의 찬성률은 80.6%(4만4606명)에 달했지만DX부문 중심의 전국삼성전자노조 찬성률은 21.1%(1535명)에 그쳤다. 특히 잠정합의안 발표 이후 급격히 세를 불린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은 지난 26일 찬반 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향후 투표 무효 소송까지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제3노조인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이날 1만5000명을 돌파해 잠정합의안 발표 전(2600여명)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경영진도DX부문 달래기에 나섰다. 노태문 삼성전자DX부문장(사장)은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로 많은 분이 소외감과 박탈감,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DX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제가 더 직접 보고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도 내부 수습 작업에 착수했다. 최 위원장은 “DS와DX의 교섭을 같이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툼이 많았던 것 같다”며 “집행부를 재구성해DX부문을 전담해 챙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DX부문 교섭 대표를 교체하는 등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위원장 재신임 투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외국인 시가총액이 72조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중 역시 2년 1개월 만에 11%대를 넘어섰다.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코스닥 종목의 상승세가 주효했다. 증권가에선 국민성장펀드 출시는 물론, 코스닥 제도 개선 등을 계기로 코스닥에 자금 유입이 확대될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외국인 시가총액은 72조11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4년 코스닥 기준지수가 1000으로 조정된 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코스닥 외국인 시가총액은 지난달 24일 70조7957억원으로 처음 70조원대를 넘은 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 외국인 비중도 전날 11%를 기록해, 지난 22일(11.07%)에 이어 2거래일 연속 11%를 넘었다. 코스닥 외국인 비중이 11%를 돌파한 건 지난 2024년 4월 24일(11.95%)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코스닥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았던 건 지난 2004년 9월 3일의 21.21%다.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종목의 강세가 시가총액 상승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41조2184억원 순매도한 것과 달리, 코스닥에서 2조4513억원 순매수했다.
특히 △파두 3546억원 △레인보우로보틱스 1506억원 △에코프로비엠 1385억원 △서진시스템 1172억원 △하나마이크론 1099억원 등을 사들였다. 이들 종목은 이달 △파두 49.49% △레인보우로보틱스 10.24% △에코프로비엠 3.64% △서진시스템 32.44% △하나마이크론 18.39%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2일 국민성장펀드 출시로 성장주에 대한 투자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코스닥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연초 대비 95.26% 급등한 코스피에 대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 코스닥으로 '머니 무브'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코스닥 승강제'도 자금 유입을 촉발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나스닥의 사례를 보면 기업이 승강제를 통해 다시 올라가면서 혁신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며 "시장에 대한 신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iM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의 6000억원 자체는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인 약 72조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민성장펀드 출시로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며, 동시에 코스닥 승강제 도입과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 확대 기조가 맞물린 상황이다.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는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코스닥의 장기적 상승 국면이 이어지기 위해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업종인 바이오주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 불황에도… 포스코홀딩스 웃는 까닭은
2026.05.28. 조선일보
사업 다각화 결실… 주가 50% 급등
광산 기업인 미네랄리소스가 보유한 호주 워지나 리튬 광산의 전경.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이 회사의 7억65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고 이 광산 등에서 채굴되는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홀딩스
최근 폭발적인 코스피 상승세 속에서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주가에 주목하는 이가 많다. 주력 산업인 철강이 세계적으로 부진한 와중에도 주가가 이달 초 54만원을 돌파하는 등, 현재 연초(29만7500원) 대비 약 50% 상승했기 때문이다. 철강은 현재 국내에서 석유화학과 더불어 대표적인 불황 업종으로 꼽힌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에 트럼프 행정부의 50% 수출 관세까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다. 비슷한 상황의 일본 철강사들은 최근 닛케이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에서도 52주 최저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국내 대표 철강사 포스코가 주력인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주가 상승세에다 1분기(1~3월) 경영 실적까지 대폭 개선됐다. 그룹 안팎에선 “국내 대표 철강 그룹이지만 오히려 철강 비중을 낮추고 다각화한 게 효과를 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에너지·이차전지 소재 등 다각화
포스코홀딩스의 올 1분기 매출은 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7070억원을 기록하며 크게 개선됐다. 주력인 철강은 이익이 작년 1분기 대비 23% 감소한 3459억원에 그쳤다. 대신 그 자리를 에너지·인프라 사업이 채웠다. 이 분야 영업이익은 올 1분기 4050억원으로 이 기간 33% 늘었다.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 10년 이상 투자한LNG사업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2022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50.1%를 인수한 가스전 ‘호주 세넥스 에너지’에서만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배 넘는 313억원의 이익이 난 것이 대표적이다. 10년 전 확보한 미얀마 가스전 등 국내외 기존 설비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비(非)중동LNG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차전지 소재도 반등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 1분기 980억 적자를 냈던 리튬·광석 등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올해 70억 적자로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크게 늘었고, 캐즘 여파로 폭락했던 리튬 가격이 회복세다. 그 결과 리튬 생산 자회사 실적이 개선됐다. 포스코는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리튬이 생산되는 염호 광산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이 분야에 진출했다. 중국이 과잉 공급을 감안해 생산량을 줄이는 것도 호재다. 포스코그룹은 올 2분기(4~6월)에는 이차전지 분야에서 첫 분기 흑자도 내심 기대한다.
철강은 해외 거점 기반 삼는다
구조 조정이 한창인 철강은 바닥은 다졌다는 게 그룹 내 평가다. 적자 폭이 컸던 중국 제철소 등 국내외 가동률이 낮은 공장은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조정했다. 대신 최근 1~2년 새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발표한 인도 오디샤주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도 최대 철강사JSW그룹과 약 11조원 규모 제철소를 만들어 해외 핵심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익률이 높은 고급 강재 수요가 높은 미국의 경우 현대제철과 함께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 제철소도 짓고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게 목표다.
다만 우려도 여전하다. 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주력인 철강의 글로벌 과잉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탓이다. 또 신시장 미국·인도 등에서 실적이 나오려면 수년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차전지 소재는 중국 입김에 따라 쉽게 부침이 생길 수 있어 불안감도 크다. 포스코그룹 고위 관계자는 “철강은 기간 산업인 만큼 세계 각국이 어느 정도 생산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결국 철강에 의지하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포스코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정년시계 늦추려다 구조조정 재촉한다
2026.05.28. 중앙일보
냉담한 반응의 이면엔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연공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근속 연수가 쌓일수록 임금이 연동돼 오르는 구조다. 호봉제의 임금 커브는 생산성과는 다른 곡선을 그린다. 대체로 젊을 땐 생산성이 임금보다 높고, 나이 들어선 임금이 생산성을 앞지르는 구조다〈그림〉.
젊을 때 덜 받고 더 일한 대가를, 나이 들어 돌려받는 셈이다. 직장인으로선 더 받은 잉여분이 덜 받은 손실분과 같거나 커야 합리적이다. 그래야 중간에 직장을 자꾸 옮겨다닐 필요가 없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그걸 전제로 성립한다. 이 같은 지연 보상은 직장인과 기업 사이에 일종의 ‘심리적 계약’이다.
직무급이 도입되고 있다곤 하나, 생산성과 보상이라는 두 커브는 아직 따로 움직인다. 한국의 30년 차 이상 근로자와 1년 차 미만의 임금 격차는 4.39배에 달한다. 1.6배 수준인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일 만큼 높다(한국경제연구원). 이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는 건 기업에게 고비용 구조를 떠안으라는 요구다. 기업은 임금 삭감이나 고용 축소로 방어할 수밖에 없다.
55세이던 정년이 2016년부터 60세로 연장됐을 때도 그랬다. 당시 기업들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대표적인 예다. 나가라는 말을 하진 않지만 급여 명세서의 숫자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이를 받아든 근로자들의 반응도 한결같진 않다. 적게 받아도 직장을 다니는 데 감사해하는 이도 있지만, 심리적 계약 위반이라며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적잖다.
연공서열과 고용 보호의 틀을 그대로 두고 정년만 연장하면, 조직은 숙련뿐 아니라 무능도 함께 축적한다. 조직의 무능화를 설명하는 ‘피터의 법칙(PeterPrinciple)’에 따르자면 그렇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계속 승진시키다 보면 결국 감당 못할 자리까지 올라가고, 그 뒤엔 승진을 멈춘 채 무능한 관리자로 조직 상층부에 머문다는 이론이다. 성과보다 연차로 서열을 정하는 구조에선 무능과 비효율의 체류 기간도 길어진다. 이 역시 기업에겐 큰 추가 비용이다.
한국에서 직장인이라면 보통 두 개의 시계를 본다. 다들 똑같이 보는 정년의 시계, 그리고 인사부에서 돌아가는 구조조정의 시계다. 법정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높아지면 직장인의 퇴직 시계도 그만큼 늦춰질까.
사실 한국에서 퇴직이란 쉼표가 아니라 불안한 노동의 시작에 가깝다. 국민연금을 받기도 전에 먼저 정년을 맞이하는 탓에 퇴직 후 몇 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많은 이들이 생계를 위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향한다. 국가데이터처의 고령층(55~79세) 부가조사를 보면, 퇴직 후에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층의 비율은 2018년 64.1%에서 지난해 69.4%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유효 은퇴연령은 남성 67.4세, 여성 69.6세다.OECD최고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불안한 노후, 그리고 인구 절벽 앞에서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기업의 입장은 좀 엇갈린다. 숙련이 중시되는 조선·철강 등 제조업 현장에선 반가운 해법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라 고숙련 블루칼라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건비 추가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 이상으로 무겁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50대 한 명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면 신입사원 3명을 뽑을 수 있다. 숙련도를 무시할 순 없지만 이 압도적인 비용 차이를 생각하면 신입을 가르쳐 키우는 게 기업에겐 남는 장사 아닌가.”
실제 퇴직 연령이 법정 정년과 함께 늘어난 것도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즉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떠나는 나이가 지난해 52.9세였다. 7년 전(52.5세)과 별 변화가 없다. 국회미래연구원 정혜윤 부연구위원이 2015년 이후 퇴직한 50대 후반~60대 초반 164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년퇴직의 비중은 24.6%로 비자발적 퇴직(34.5%)에 못 미쳤다. 정년은 늘었지만, 기업이 사람을 내보내는 시간표까지 바뀐 건 아니었다.
50대 이상의 자영업자 비율, 비정규직 비중 등을 감안하면 정년 연장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대상은 의외로 많지 않다. 베이비부머 중 실질적 수혜자를 11.4%로 추정한 연구(석재은ㆍ이기주, 2016년)도 있다. 결국 혜택은 이미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에게 집중된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수혜는 공공기관, 공무원, 그리고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소수에 돌아간다”고 했다.
국내에서 정년 연장의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건 일본식 해법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기업에 65세까지의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했다. 정년을 폐지 또는 65세로 연장하거나,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하게 한 것이다. 2023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9.2%가 재고용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임금을 삭감(30~50%)하고, 단순 업무를 맡긴다는 점에서 고용의 질은 떨어진다. 어제 결재도장을 찍던 간부가 오늘 콜센터에서 헤드셋을 쓰는 경우도 있다. 연공제 임금을 놔두고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기에 나온 타협이다. 이를 정답이라 부르기엔 부족하지만 연착륙엔 의미가 있다. 점진적 임금 조정, 직무와 역할 재설계 등을 통해 적어도 비용 충격을 한 번에 폭발시키진 않았다.
특히 일본에선 정년 연장이 한국처럼 세대 간 일자리 경쟁으로 번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임금으로도 일하려는 고령 노동이 임금 상승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는 게 논란거리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017년 이후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일본에선 임금과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고령 근로자층이 ‘저임금 쿠션’으로 기능하며 노동시장에서 임금 상승 압력이 새나간 것이다. 이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정체돼 민간소비도 힘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수요 확대 정책이 기대했던 임금ㆍ물가의 선순환은 아직 소식이 없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법적 정년이 따로 없다. 1986년 연령차별금지법(ADEA) 개정을 통해 나이 많다고 내보내는 것을 인권 침해와 차별로 규정했다. 지금도 백발의 승무원이나 우체부가 현역으로 뛰는 모습을 쉽게 본다. 정년이 없어도 기업이 시니어를 붙잡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의 숙련 가치가 임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내보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성과가 임금을 넘으면 남고, 넘지 못하면 떠난다.
사회보장의 나라 스웨덴에도 강제적인 ‘정년’은 없다. 법적으로는 69세까지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1989년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연공급 보수체계를 개인의 실적과 직무에 기반한 임금 구조로 수술했다. 그 결과 스웨덴은 나이와 임금의 연동성이OECD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고령 근로자를 오래 써도 기업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이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건 명료하다. 정년 연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전제는 연차가 아니라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임금과 고용, 그리고 해고까지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핵심은 고용의 유연화다. 반면 한국 노동계는 정년이라는 결과를 더 중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인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에 대해선 한 뼘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고용 구조의 변화 없는 정년 연장의 혜택은 소수 고임금 일자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선점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로를 좁히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고용은 평균 0.24명 감소한다고 한다. 60~64세 취업자(약 260만 명)의 20%가 정년 연장의 수혜를 본다고 해도, 청년 일자리 12만여 개가 추가로 사라지는 셈이다. 김태기(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ADR노동연구소장은 “임금과 고용 결정의 관행을 바꾸지 않는 한 정년 연장은 청년층과 시니어 모두를 일자리 불안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정년의 시곗바늘을 억지로 늦추다간 구조조정의 초침이 빨라질지 모른다.
서둘러 만든 정책은 졸속으로 흐르기 쉽다. 꼭 미답의 길을 가야겠다면 정부가 고용주로서 먼저 시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공무원 노조와 합의해 연공제를 직무급제로 전환하고,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는 대신, 성과에 따른 급여 조정과 인력 재배치를 실행한다면 기업들이 안 따를 이유가 없다. 보상이 근속연수 대신 직무와 성과에 연동되면 생산성과 동일한 커브를 그리게 된다. 그때가 되면 정년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은 더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고용시장의 상류와 하류 전체를 두루 손보지 않고 시행하는 정년 연장은 머잖아 땜질에 땜질을 더해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