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정은보 이사장과 직원들이 코스피 8000포인트 돌파 기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3일 열린 6·3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끝나면서, 하반기 국내 증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과 증시 부양 정책이 맞물리며 이른바 ‘1만피’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단기간 급등장 속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인해 조정 경계심도 함께 나온다.
1년새 앞자리 6번 바뀐 코스피…올해 사이드카도 21번
급락장에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 [연합뉴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부터 단기간에 역대급으로 급등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4월 9일 미국 관세 여파 당시 2293.70까지 하락했다가 6월 20일 다시 3000(3021.84) 선을 넘어섰다. 이후 4개월 만인 10월 27일 첫 4000선을 돌파했다.
이어 코스피 지수는 4000선에서 5000선(2025년 10월 27일 ~ 2026년 1월 27일)까지 3개월이 걸렸다. 5000선에서 6000선(올해 1월 27일 ~ 2월 25일)까지는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코스피는 2개월여 만인 지난달 6일 7000선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7거래일 만인 15일 8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이 되기까지 18년 4개월이 걸렸고, 2000에서 3000까지는 13년 5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속도다. 올초 첫 거래일인 1월 2일(4309.63)부터 5일(8160.59)까지 코스피 지수는 약 89.4% 상승했다. 이는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의 상승은 시가총액 1, 2위이자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물론 고점 논란과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불안감이 시장에 감돌고 있음에도 코스피가 상승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치가 상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주 중심의 급등세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1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기록(26회)과 비교해도 6회 차이에 불과하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코스피200 선물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중단한다. 올해 매수 사이드카 11회, 매도 사이드카 10회가 발동됐다. 월별로는 △2월 3회 △3월 7회 △4월 3회 △5월 6회로 집계됐다. 이번달 들어서도 2차례가 추가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이드카가 6개월 연속으로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가 전망 및 변수는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국내·외 증권가에선 코스피 상단을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1만2000선으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지수 1만2000은 기업 이익의 개선 전망을 바탕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배를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 반도체 주가는 선행PER5배 수준으로, 시장은 이 수익이 얼마나 오래 갈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사이클이 과거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단기적인 조정이 올 수 있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는 만큼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JP모간과 모건스탠리, 일본 노무라증권도 일제히 1만피 가능성을 제시했다.JP모건은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내년에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객사들이 공급 부족 우려로 2027년 수요를 앞당겨 발주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반도체 기업 중심의 이익 전망치 상향을 근거로 1만1000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어KB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1만 5000으로 제시했다. 하나·LS·삼성·교보 등은 목표치를 1만선으로 올렸다. 다만 증권사들은 변동성 요인도 경계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급 부담을 비롯해 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다. 또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도 커진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 자금이 예금과 채권으로 이동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늘어나는 만큼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환율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5일 장중 1549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 실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키운다. 에픽AI코파일럿은 변수에 대해 “금리·인플레이션 압력,AI투자 사이클상의 노이즈, 글로벌 대형IPO에 따른 수급 흡수 가능성”을 꼽았다. 이어 “거시 환경의 불확실성과 실적 모멘텀의 지속 여부가 향후 지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외국인 순매도세가 진정될 경우 원화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외국인 주식 수급 개선 여부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美 반도체 쇼크… ‘블랙먼데이’ 몰고 오나
2026.06.08. 조선일보
지난 5일 美 반도체 지수 10% 급락
미국발(發) ‘반도체 쇼크’와 고환율 여파로 8일 열릴 국내 주식시장에 ‘검은 월요일’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던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폭락하며 공포 심리가 번져 있는 데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마저 1560원 선을 돌파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쏠리는 상황도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반도체 폭락에 고환율 이중고
지난 5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0% 가량 급락했다.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 유행 때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이로 인해 미 반도체주 시가총액이 하루 동안 약 1조3000억달러(약 2000조원) 증발했다.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6%가량 하락하며 시가총액 3000억달러가 날아갔고, 마이크론(-13%), AMD(-11%), 브로드컴(-7.9%)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이날 폭락은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의 다음 분기AI(인공지능)관련 매출 전망치(160억달러)가 시장 예상치(172억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AI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끌어 온 반도체 호황이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졌다. 또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일자리 증가 수(17만2000명)가 전문가 예상치(8만명)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 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최고 1560선을 넘으며, 8일 열리는 국내 증시가 이른바 ‘검은 월요일’을 겪을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국내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환율이 급등하면 패시브(각종 지수 추종) 자금이 유출되고, 액티브(직접 투자) 펀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며 “바닥을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장 초반 매수·매도 물량 지켜보며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코스피 변동성은 위기 수준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과거 굵직한 경제 위기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지난 5일까지 20거래일 동안 코스피의 일간 평균 변동률(고가와 저가 변동 폭)은 4.1%를 기록했다. 1990년 이후 코스피의 일평균 변동률이 4%를 넘는 것은 1997년 외환 위기(5.7%)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4.6%), 2020년 코로나 유행(4.9%) 등 재난 상황이 있었을 때 나타났다.
다만 현재의 변동성은 과거 위기 때와는 성격이 다르고,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거에는 실물 경제가 악화하며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졌지만, 최근의 변동성은 시가총액 비율이 과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의 쏠림과 레버리지 상품 투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모두 대형 위기로 인한 증시 급락기에서 발생한 ‘하락 변동성’인 반면, 이번에는 강세장 속에서 발생한 ‘상승 변동성’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젠슨 황 3일간 먹은 한국 음식들 보니…이 정도면 K푸드 전도사
2026.06.08. 한국일보
삼겹살부터 삼계탕, 냉면… '1일 1닭' 정도로 치킨 애정 서민 음식에 소탈한 행보 눈길
젠슨 황 엔비디아CEO가 6일 아내 로리 황과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 등 가족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토속촌삼계탕을 방문해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토속촌삼계탕 제공 삼겹살과 소맥(소주+맥주)에 김치말이국수, 치킨, 삼계탕, 냉면… 그리고 또 치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입국 후 3일간 먹은 한국 음식들을 대충 나열해도 이 정도다. 짜인 각본이 아니라 동선에 맞춰 자발적으로 선택한 음식들이니 그야말로'K푸드 전도사'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빅테크의 거물이 방한 내내 보인 먹방(음식 먹는 방송) 유튜버 수준의 행보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해지자 K푸드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젠슨 황은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오전 11시 50분쯤 깜짝 점심 자리를 가졌다. 장소는 평양냉면과 불고기 등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의 노포 우래옥. 젠슨 황은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방문이 예정됐는데, 지난해 10월 '깐부 회동' 멤버인 정 회장과 따로 식사를 하며 친분을 다졌다. 이로써 젠슨 황은 한식 메뉴로 냉면까지 섭렵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CEO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을지로 우래옥에서 오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독자 제공
젠슨 황이 이날 오후 프로야구 경기 시구자로 나선 서울 잠실야구장 단체석으로 엔비디아는BBQ의 '크런치 순살크래커' 113마리를 주문했다. 시구를 마친 젠슨 황은 단체석에서 치킨과 함께 두산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를 관람했다. 이어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 회장과 술잔을 맞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최태원SK그룹 회장과 2차 깐부 회동을 하며 또 한 번 치킨에 맥주를 곁들였다.
전날 저녁에는 서울 종로구의 유명 음식점 토속촌삼계탕을 가족과 함께 찾아가 삼계탕, 통닭, 파전 등을 맛봤다. 사전 예약 없이 방문 30분 전에 식당 측에 연락했다고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CEO가 최태원(맨 왼쪽)SK그룹 회장, 구광모(오른쪽 두 번째)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5일 서울 마포구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저녁을 먹으며 쌈을 입안에 넣고 있다. 박시몬 기자
방한 첫날에는 서울 홍대입구의 삼겹살 식당 '형님저요'에서 최 회장, 구광모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에 소맥을 말아 마셨고, 김치말이국수로 입가심을 했다. 이어 즉흥적으로 도보 3분 거리인 치킨 프랜차이즈BBQ카페로 이동해 치킨을 뜯었다. 장녀인 메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일정 조율과 현장 지원 등을 맡고 있지만 이 같은 먹방 행보는 젠슨 황의 기호와 무관치 않다. 그는 평소에도 "한국 치킨이 최고"라는 등 K푸드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CEO와 부인 로리 황이 5일 서울 마포구BBQ홍대입구점에서 최태원SK그룹 회장, 구광모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치킨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데도 서민적인 음식을 즐기며 시민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더욱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젠슨 황은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모티브로 한 과자(HBM칩)를 직접 나눠 주고 방문한 식당 테이블에 깨알같이 사인을 남기는 등 소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광고나 마케팅 행사가 아닌 젠슨 황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받은 기업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하지 않은 전 세계적인 홍보 효과를 얻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환율 밀어올리는 중동전쟁·대미투자… 1500원대 굳어지나
2026.06.08. 국민일보
[두 전쟁이 만드는 고환율]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 강달러 美 추가 관세 예고에 상승 압박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도 초읽기 환율 1550원땐 年 31조로 급등 장기적 달러 매수 압력 ‘악순환’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560원선까지 치솟은 배경엔 ‘두 가지 전쟁’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펼쳐지는 중동 전쟁, 그리고 미국이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은 원화 약세를 구조적으로 촉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7일로 100일째 접어든 미국·이란 전쟁은 유가와 물가 상승을 압박해 강달러 현상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을 방어하기 위해 투입 예정인 천문학적 대미 투자도 초읽기에 들어서며 장기적인 달러 매수 압력을 낳았다. 환율 상승이 원화 수요를 줄이고 달러 선호도를 키우는 악순환은 하반기에도 이어지며 고환율의 ‘뉴노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외환시장을 짓누르는 최대 암초는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강달러의 부활’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지난 4월 미국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오르며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크게 뛰었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고용이 17만2000명 늘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내 물가와 고용 지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연준이 금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잦아들지 않는 미국의 관세 부과 이슈도 외환시장을 흔드는 요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등 46개 경제권에 12.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에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 중이다.
만약 미 USTR이 강제노동 관세 12.5%를 확정할 경우, 한국의 관세율은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15%와 2.5% 포인트 차이로 좁혀진다. 미국이 과잉생산 관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총 관세율은 15%를 넘을 수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긴급 화상 면담을 하고 “만약 15%를 넘어가면 미국이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18일 출범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필두로 한 대미 투자 본격화 국면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총 3500억 달러다.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마스가) 프로젝트와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로 구분된다.
매년 최대 200억 달러를 10년여간 미국에 투자하는 구조에서 환율이 1400원이면 원화로 28조원가량 필요하지만, 1550원의 경우 31조원으로 투자금이 급등한다. 기한 내 투자 집행을 위해 달러를 대거 매수할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재차 위로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주요국 관세 재부과와 대미 투자로 인한 달러 유출로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 역시 대미 투자 대상과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 시기에 대해 “다음 달(6월) 이렇게는 어렵다”며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은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합리성을 보고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뒤 엔화 약세를 겪어 왔다. 최근에는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섰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당국의 구두 개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외적 요인이 해소되더라도 환율 하락 안정 기대감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를 돌릴 정책적 카드도 마땅치 않다. 올해 4월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경상수지 흑자)가 1026억7000만 달러에 달하지만, 환율 상승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기업과 개인 모두 원화 가치 하락을 피하고자 달러를 쥐고 풀지 않으면 자본의 대규모 달러 수요 폭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韓경제 대도약 엔진 삼전닉스, 기술 우위 넘어 상생도 과제
2026.06.07. 국민일보
[KUKMINPUBLICPOLICYFORUM2026] <1> 반도체 계속 뛰게 하려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시설 내부 모습.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양산·출하한 데 이어 지난달 7세대HBM4E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명정부 출범 1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를 다시 뛰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동 전쟁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방패 역할을 하면서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주요국 중 1, 2위를 다툴 정도였다. 호황의 선두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을 장악한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가 있다. 양사 시가총액 합산액이 코스피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만큼, 기술 개발은 물론 투자와 고용, 노사 관계, 글로벌 파트너십에 이르는 모든 경영 행보에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질주의 배경에는AI대전환이라는 시대적인 흐름과 전방위적인 정책적 지원 사격이 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 1호’로 지정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3분기부터 시행 되는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신규 팹(공장) 건설 최대 난제로 꼽히는 전력과 용수 공급 책임의 주체를 국가로 명시한 것은 물론, 시설 건립 시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했다.
이어 2월에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최고 수준인 15~30%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고밀도 첨단 패키징 기술’을 편입시켜 지원 폭을 더 넓혔다. 반도체 패권 경쟁 다음 격전지가 될 차세대 기술까지 세재 혜택이 적용되며 글로벌 속도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으로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다. 자본·인력이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되면서 그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범용 D램·낸드의 경우 생산 라인이 오히려 축소되는 양상이다. 숫자로 보면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와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D램 생산에 투입되는 원판(웨이퍼) 중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5%에서 올해 15%로 3년 만에 10배가 뛰었다. 국내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들이HBM에 생산 라인을 집중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범용 메모리 시장을 노리는 틈새 전략을 취하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실물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국민일보DB
단기 수익성이 저조한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시스템LSI등 비메모리 생태계 역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자칫 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당장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 지급 방안이 타결되면서 적자를 낸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엔지니어들은 주요 보상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같은 지붕 아래서도 사업부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업들이 여전히 한국 반도체 산업 기초 체력을 떠받치는 토대라는 점이다. 장기간 축적한 양산 경험과 수율 안정화 노하우는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작용한다.AI시대로 들어서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위기감을 키운다. 올해 초 본격 양산을 시작한 6세대HBM4부터는 핵심 부품인 ‘베이스 다이’에 시스템LSI의 맞춤형 설계 역량이 필수적으로 접목돼야 한다. 또 베이스 다이를 실제 칩으로 구현하는 공정은 파운드리가 담당한다. 결국 종합적인 비메모리 역량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는다면,HBM중심의 반도체 호황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외곽의 중소 생태계는 극심한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첨단 공정 엔지니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해외 빅테크까지 가세해 시장 핵심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학이 연일 ‘반도체 인재 양성’을 외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학과 직업계고등학교 등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은 연간 5000명 수준에 그친다. 반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2031년 30만4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기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제조업의 임금 근로 일자리 수가 17만2000개인 것을 고려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7일 “신입 채용도 문제지만, 중소기업 경력은 이직을 위한 발판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대기업들에서 엄청난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는데, 굳이 작은 기업에 남을 이유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슈퍼 사이클에 힘입은 현재의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선도 기업들이 건전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단순한 기술적인 우위를 넘어, 기업 문화와 상생의 행보까지 개척해 나가는 ‘퍼스트 무버’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과거 ‘패스트 팔로워’ 시절의 관성에 머물러 있는 기업 인사 시스템으로는 인재를 지켜내기 어렵다”며 “인재를 끌어오고, 또 지켜낼 합리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미래 연구·개발(R&D)과 ‘도메인 엑스퍼트’ 육성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115조 거대 '블랙홀' 온다…8000피도 위태?
2026.06.07. 이데일리
코스피, 장중 8900선 돌파하며 최고치 경신 주 후반엔 밀리며 8160선까지 떨어져 스페이스X 상장, 글로벌 유동성 '블랙홀' 될 수도 미국 5월 물가지표도 주요 변수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삼성전자(005930)와SK하이닉스(000660)의 주도로 ‘9000피’(코스피 9000) 눈앞까지 갔던 코스피가 이번 주(8~12일)에는 그간의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하며 시험대에 선다. 미국 물가 지표와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글로벌 유동성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8000피마저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시장에 감돌고 있다.
극심한 변동성·쏠림 장세…“저평가주 반전 기대”
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주(1~5일) 코스피는 2일 장중 89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주 마지막 날인 5일에는 8160선까지 밀리면서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주 초반에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주 후반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거세지고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실적 부진 여파까지 겹치면서 미끄러졌다.
지난 주말 동안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반도체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의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4% 하락한 7383.74를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18% 급락하며 2만 5709.43까지 떨어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1.35% 떨어진 5만 877.78을 기록했다. 특히AI(인공지능) 낙관론이 고개를 내린 영향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0.3% 폭락했고 브로드컴(-7.9%), 마이크론(-13.3%)과 AMD(-10.9%), 마벨테크놀로지(-13.3%) 등 주요 AI 반도체 종목들도 10%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과도했던 쏠림 현상의 반작용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들의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를 비롯한AI관련주들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하락 종목수 대비 상승 종목수의 비율을 나타내는ADR이 40%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40.2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급등·쏠림 현상을 주도했던 종목은 과열 해소, 매물 소화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고 소수 주도 업종을 제외한 코스피는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나는 반등시도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은 증시를 결정할 최대 변수 중 하나다. 오는 12일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인 스페이스X는 이번IPO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한화 약 115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 성공시 기업가치는 1조 7500억 달러(약 2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기존 주도주에 대한 자금 유출 우려가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상장이 임박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의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증시 대비 급등세를 보인 코스피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예상 범위를 7800~8900으로 제시하면서 증시 하락 요인으로 미국의 물가 지표를 꼽았다. 시장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3.8%)보다 상승한 4.2%,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상승률도 전월(2.8%) 보다 높은 2.9%로 예측 중이다. 근원CPI가 높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는 신호로, 미국 연준(Fed)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금리 인하를 지연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달러 강세를 유발해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유입,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는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이상준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확대 배경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주에도 미-이란 협상 교착국면이 이어질 시 시장은 해당지표를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6월 중순 이후 2분기 실적 모멘텀이 다시 강화될 것이며, 최근 알파벳이AI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800억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국내AI인프라 투자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전주 탈출해도 '시총 칼날'…적자 늪 296곳 상폐 사정권
2026.06.08. 이데일리
[코스닥 3000시대] 한계기업 퇴출 가속도 올 하반기 200억·내년 300억 기준…저시총 기업 압박↑ 시총 기준 미달 기업 상당수 적자…옥석가리기 본격화 "시장 체질 개선"vs"성장기업 위축" 업계 의견 엇갈려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상장사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동전주 요건 신설과 시가총액 기준 상향을 앞두고 코스닥 시장 전반에 구조조정 압박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내년 시총 300억 기준 땐 296곳 영향권
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스팩 제외)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는 114개로 집계됐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으로 확대하면 대상 기업은 296개로 늘어난다. 같은 날 기준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는 137개였지만, 이 가운데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인 기업도 69곳에 달했다.
이데일리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종목을 제외해도 시총 300억 미만 223개 기업 중 70%에 달하는 156개 기업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단순히 주가만 관리해서는 상장유지 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오는 7월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한다. 이어 내년 1월부터는 300억원으로 기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예정이다. 기존에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됐지만, 앞으로는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일시적인 주가 부양으로 상장폐지를 회피하는 사례도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상장폐지 제도 개편에서 동전주와 시가총액 기준 외에도 완전자본잠식과 공시위반 요건까지 함께 강화했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만 적용하던 완전자본잠식 상장폐지 요건을 반기 기준까지 확대하고, 공시벌점 누적 기준도 기존 15점에서 10점으로 낮췄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차례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장폐지 절차도 빨라진다. 실질심사 대상 기업에 부여하는 개선기간은 단계적으로 단축되고 있으며, 거래소도 장기화되는 상장폐지 관련 소송 절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히 동전주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상장사로서 최소한의 시장성과 재무건전성, 공시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관리체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석 가리기 필요”vs“성장기업까지 획일 규제 우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일부 상장사들이 본업 경쟁력보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최대주주 변경 등 자본시장 이벤트에 의존해 상장 지위를 유지해 온 만큼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은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IR활동이나 투자자와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업들이 스스로 변화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은 시장 전체 체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라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기업가치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상장유지 기준 강화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계기업 정리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상적인 성장기업까지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복적인 자금조달과 낮은 시장성을 보이는 기업은 걸러낼 필요가 있지만, 연구개발 중심 기업까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경우 코스닥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승두SK증권 연구위원은 “시가총액이 낮아진 이유는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며 “일정한 기준은 필요하지만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개선 노력을 통해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IR이나 공시,PR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시장에 설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해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한계기업 정리와 함께 성장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시장 환경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거래소가 검토 중인 코스닥 승강제가 도입될 경우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국은 기업의 실적과 규모 등에 따라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등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량 기업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도입할 예정인 만큼 프리미엄 리그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은 기관 자금과 투자자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본부장은 “코스닥이 이미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다시 상·하위 시장을 나누면 하위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유동성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상위 그룹으로 이동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성장 사다리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호텔방이 없어요" 싹 동났다…'역대급 호황' 이유
2026.06.07. 한국경제
숙박업 '창업 러시' K웨이브에 역대급 호황 1~4월 신규 숙박시설 99개 전년 동기 대비 5배 급증 객실 가격·가동률도 상승세 "2029년까지 공급 부족"
K웨이브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울 시내 숙박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호텔 객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숙박료는 치솟고 있다. 새 숙박 시설 창업이 줄을 잇고 있지만, 당분간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몰리자 숙박시설 개업↑
7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에서 개업한 숙박시설은 99개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개업 건수(19개)를 5배 이상 웃돈 수치로, 지난해 연간 개업한 숙박시설 수(101개)에 근접한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이 6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광호텔(18개), 일반호텔(7개) 순이다.
서울 내 신규 숙박시설이 급증한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있다. 올해 1~3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5만9471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관광업계에선 올해 총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1870만 명)를 넘어 2000만 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K콘텐츠의 인기로부터 확산된 K웨이브 열풍에 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달러당 1500원대로 치솟았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내 숙박·쇼핑·식음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한국에 오래 머물기 위해 장기 투숙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단기 일정 위주의 단체 관광에서 벗어나 쇼핑·미식·공연 등을 다양하게 즐기는 장기 체류형 개별 관광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객실료 16만원 돌파
신규 숙박시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여행 전문 연구센터인 야놀자리서치가 집계한 지난 3월 서울 시내 전체 숙박시설의 객실 가동률(OCC)은 79.8%에 달했다. 지난 1월(70.5%) 대비 9.3%포인트 늘어나 ‘만실’ 수준을 기록했다. 호텔들은 일부 객실을 예비 객실로 비워두기 때문에,OCC가 80%면 사실상 ‘만실’로 분류한다.
서울 시내 전체 숙박시설의 평균객실단가(ADR)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15만2885원에서 2월엔 15만6263원으로 소폭 오르더니, 3월에는 16만4995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지역의 숙박업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은 허가부터 준공까지 통상 5년가량 걸린다”며 “신규 숙박 시설이 계속 지어지고는 있지만, 최소 2029년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호텔은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객실료와OCC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강원·전라 지역의 숙박시설ADR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5%, 5.6% 내렸다. 두 지역의OCC도 모두 50%를 밑돌았다. 방 두 곳 중 하나는 비어 있는 셈이다. 지방의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빈 객실이 늘어나면서 객실 가격이 최근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숙박업 활황은 서울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전했다.
여의도 재건축 잰걸음 … 한강뷰 1.3만가구 미니 신도시로
2026.06.07. 매일경제
서울 도심·학원가 접근성 좋고 한강변 고도제한 규제 완화에 초고층 스카이라인 기대감 '쑥' 대교아파트 첫 관리처분인가 시범·목화 시공사 선정 돌입 다른 단지들도 사업추진 속도
여의도가 1만3000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이후 대교아파트와 여의도 전경 조감도. 삼성물산
서울 '서남권의 강남'으로 불리는 여의도에서 아파트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19일 대교아파트가 처음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데 이어 시범·목화아파트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15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완료 시 1만3000여 가구에 달하는 '미니 신도시'가 탄생할 전망이다.
여의도는 초기 도시개발계획 단계부터 원조 '한강변' 도심지였다. 1960년대 서울도시계획이 한창일 당시부터 여의도는 영동지구의 강남과 더불어 한강을 낀 신도심으로 설계됐다. 1971년 시범아파트가 지어진 후 1979년엔 증권거래소 건물이 준공되며 금융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후 63빌딩과LG트윈타워 등 고층 빌딩이 들어서며 차별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 발목잡던 규제 완화에 재건축 사업 탄력
준공 후 30년이 지나면서부터 재건축이 추진될 수 있기에 1990년대 말부터 여의도 단지 내에서 재건축 이야기가 하나둘 피어났다. 하지만 당시엔 금융 중심지와 주거 기능 간 충돌, 한강변 고도 규제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다 202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기 정비사업 단계를 단축하는 신속통합기획 사업이 시행됐는데, 첫 대상지가 시범아파트였다. 한강변 고도 규제도 완화됐다. 한강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은 15층까지밖에 짓지 못했는데, 이 규제가 사라졌다. 또 국회의사당 주변 고도지구의 건축물 높이도 기존 41~51m에서 최대 120~170m까지 올릴 수 있도록 조정됐다.
최근 여의도 재건축 단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대교아파트다. 정비사업의 9부 능선으로 불리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15개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먼저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교아파트는 신통기획 자문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는 자문 사업(패스트트랙) 1호 사업장이기도 하다. 2024년 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데 2년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1975년 준공된 대교아파트는 최고 12층, 4개 동, 576가구 규모로 이뤄졌다. 재건축 이후에는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4개 동, 912가구 규모의 고층 단지로 탈바꿈한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래미안 와이츠'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해 내년 4월 철거를 마치고, 당해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교아파트 다음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한양아파트다. 지난해 10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준비 중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비 규모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내 소규모 재건축 사업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엔 160가구 규모 화랑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소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시범아파트와 목화아파트가 동시에 입찰공고를 내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여러 대형 건설사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공작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를 추진 중이고, 삼익·은하아파트는 통합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삼부아파트도 조합 설립과 정비계획 지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 "여의도, 잠실과 어깨 나란히 하게 될 것"
전문가들은 여의도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입지의 위상이 강남권과 맞먹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서남권 지역에서 강남처럼 업무 중심지, 학군, 한강변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곳이 여의도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근 목동이 학원가가 더 발달했지만, 셔틀버스 등을 통해 여의도 거주 학생들도 목동을 쉽게 오갈 수 있다. 넓은 면적이 평지인 것도 강점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준공된 지 50년가량 된 곳이 많음에도 3.3㎡당 시세가 1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여의도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강남권의 한강변 동네인 잠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여의도는 상업지역으로 분류된 단지의 대지 지분 평당가를 보면 아직도 저평가받는 지역"이라며 "인근에 개발 압력이 꾸준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와 거시경제, 주택 공급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는 부동산 시장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연재 '부동산 손자병법'과 임장전 알아야 할 정보를 분석하는 '부동산 손품노트' 전문은 매경 플러스 멤버십에서 확인하세요.